소믈리에 황지미의 트렁크를 엿보다!
- Story/라이프
- 2011.06.03 15:04
|
|
남성비율이 우월하게 높은 와인 업계에서 길지 않은 경쟁력으로 2010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을 거머쥔 무서운 신예. 아직 성숙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와인문화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당찬 여자, 황지미씨를 파인더를 통해 만났습니다. 지금부터 술 권하는 여자 황지미씨의 트렁크를 살짝 공개해 드립니다. ^^
매일 많은 와인을 테스팅하고 고객이 주문한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 주는 직업을 가진 소믈리에 황지미의 차 안은 온통 와인용품입니다. 와인과 와인 잔은 물론, 오프너, 냅킨, 먹고 남은 와인의 향 손실을 막기 위한 보틀 스톱퍼, 적정 온도에서 최상의 상태로 서빙하기 위한 온도계까지 와인용품이 가득합니다. 아무리 소믈리에라지만 근무 시간이 끝난 이후까지 와인용품을 갖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요? 그녀는 일을 끝내고 와인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와인을 자주 마신다고 합니다. 일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와인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죠. 직업이 소믈리에다 보니 레스토랑에 가서도 테이스팅을 부탁받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컨설팅 회사에 다니다가 프랑스 유학을 떠나면서 본격적인 와인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나만의 길을 간다는 데에 두려움을 없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더 늦기 전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뚜렷해서, 그 선택 때문에 버려야 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없었죠.” 좋아하는 일에 대한 그녀의 뚜렷한 열정을 보니, 2010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부르고뉴 즈브레 샹베르뗑을 빈티지까지 정확하게 맞추며 우승을 거머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차 안의 많은 와인용품 중에서 그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물건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나만의 와인, ‘도멘 피스터 뀌베 8. 프랑스 동부 알사스 지역의 화이트 와인이라고 하는데요. 와인은 리슬링, 뮤스까, 피노그리, 게브르츠트라미너 4가지 포도 품종을 블랜딩한 것으로, 스파이시하거나 달콤한 음식과도 잘 어울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고 합니다. “모든 와인은 그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어요. 프랑스에는 진정한 농사꾼들이 만들어내는 것들도 많죠. 그들은 와인을 베베, 즉 ‘아가’라 부를 만큼 애정이 대단합니다” 그녀는 나만의 와인뿐 아니라, 오랜 시간 손에 익어 편하다는 이유로 그녀만의 와인 잔도 갖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수 많은 와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 그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그 답은 차 안의 아로마 키트와 와인 책들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요. 아로마 키트는 과일, 꽃, 채소와 향신료, 구운 향 등 5가지 카테고리로 나뉜 총 54가지 향이 들어있는 상자라고 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같은 사과 향이라도 풋사과, 푹 익은 사과, 잼 상태의 사과가 모두 향이 달라요. 소믈리에라면 그런 미묘한 구분을 할 수 있어야 하죠. 향 중에서 샤프란 향, 블랙 커런트 등 생소한 향이 많아서 아로마 키트를 통해 끊임없이 훈련하지 않으면 와인 안에서 그 향을 찾아낼 수 없어요.”
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에서 사온 책들은 양조학 책부터 프랑스 와인 산지와 포토 품종을 총망라한 것, 전 세계 음식과 와인에 관한 책 등 그 내용이 광범위하지요. 그녀는 항상 이것들을 차에 갖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훈련한다고 합니다. 프랑스 보르도 카파포르마씨옹 소믈리에 양성학교 소믈리에 과정 수석졸업, 프랑스 국가공인 소믈리에 자격증 수석합격 등 화려한 이력의 이유도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저에게 공부한다는 것과 즐긴다는 것은 같은 의미에요. 공부에 끝이 없다는 것, 그게 와인의 매력이죠.”
꿈에서도 와인을 마실 것 같은 진정 와인을 사랑하는 황지미의 차 안에는 특별한 물건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밸리 댄스 의상이죠. 2년 정도 배웠다는 밸리 댄스. 소믈리에 정복 차림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녀에겐 뜻밖의 물건이었습니다. 요즘에는 너무 바빠 자주 춤을 출 수 없지만, 차 안에는 항상 넣고 다닌다고 합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는 최근 ‘와인 칸타빌레’라는 이름의 와인 애플리케이션을 준비 중입니다. 기존 어플이 와인 상품에 대한 일방적 정보 전달에 그쳤다면, 이 어플은 클래식과 와인의 마리아주(결합)를 감성적으로 풀어가는 미니 e-매거진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새 어플을 통해 많은 이들이 와인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와인을 즐기는 와인문화는 아직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와인은 여전히 쉽지 않고 사람들은 전문가인 소믈리에에게 묻기를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보통 레스토랑에서는 소믈리에의 영역이 와인 종주국 프랑스와는 달리 독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남에게는 편안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하는 소믈리에. 끊임없이 공부하며 와인 문화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 와인 문화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Story >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의 백남준을 꿈꾸는 미디어아트 작가 양민하 (0) | 2011.06.15 |
---|---|
정엽, 그 남자의 작업실 (0) | 2011.06.09 |
소믈리에 황지미의 트렁크를 엿보다! (0) | 2011.06.03 |
나가수의 정엽이 르노삼성과 만난 까닭은? (0) | 2011.05.25 |
오너드라이버를 위한 감동적인 프러포즈 방법 TOP3 (0) | 2011.05.11 |
최초의 자동차는 누가 발명했을까? (0) | 2011.04.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