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테크놀로지] #8 '르노'라서 가능했던 파격적 모델들!
- Renault Samsung/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 2015.12.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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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역사와 모터스포츠에서의 활약, 그들만의 독특한 디자인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르노는 이따금 상식을 깨는 특별한 자동차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그런 도전은 F1이나 WRC 같은 자동차 경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지요. 그들은 일반 도로에서 상상과 현실을 조합했습니다. “이런 차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만큼 상상력이 필요한 시도들이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소형 해치백의 뒷좌석에 V6 엔진을 얹은 스포츠카나 미니밴에 F1 엔진을 얹은 자동차를 말이죠. 이러한 차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중 브랜드가 만든 차라는 사실을 믿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분명 르노의 작품이고, 또 르노만이 실현할 수 있는 도전이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 행보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기회만 있다면 그들은 지금도 이런 차를 당장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이 바로 르노입니다. 오늘은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발휘한 르노였기에 등장할 수 있었던 파격적인 모델 4종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니밴의 상식을 뒤집다, '에스파스 F1(Renault Espace F1)'
<르노 에스파스(Renault Espace), 1984>
[르노 에스파스(Espace)]는 1984년 데뷔한 FF(앞 엔진, 앞바퀴굴림) 미니밴입니다. 에스파스는 불어로 ‘공간’, ‘장소’ 등을 뜻하는 이름처럼, 탑승자의 안락한 공간을 추구한 평범한 미니밴이었습니다. 하지만 르노는 에스파스의 2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다소 충격적인 '쇼카'(show car)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에스파스 F1](1995년)이 그것이죠. 이 차는 르노의 F1 참가와 에스파스 탄생 1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기념 모델입니다.
*쇼카(show car) : 모터 쇼 등에서 자사 제품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제작된 자동차
[에스파스 F1]은 멀리서 보면 미니밴의 형상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마치 지금보다 미래에서 온 것 같은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실제 F1 경주차와 비슷한 점이 많은 자동차였습니다. F1 경주차의 엔진을 차 중심에 얹고, 6단 세미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로 출력을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엔진은 3.5L 40밸브의 '르노 RS5 V10' 엔진을 썼습니다. 1993년 윌리엄스-르노 FW15C 포뮬러 경주차에 썼던 바로 그 엔진입니다. 결과적으로 출력은 ‘미니밴에 어울리지 않는’ 800마력을 발휘합니다. 물론 자동변속기도 FW15C 경주차에 것을 사용했습니다.
<르노 에스파스 F1 내부>
[에스파스 F1]의 루프에는 거대한 리어윙이 달려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성능을 고려할 때 당연히 이런 요소가 필요했습니다. 실제 이 차의 가속 성능은 0→시속 100km에 단 2.8초, 시속 200km까지 가속에 6.9초를 기록했습니다. 요즘 기준의 하이퍼카(슈퍼카보다 고성능인 자동차)와 비슷한 기록입니다. 물론 공기저항에 불리한 구조로 최고속도는 시속 312km에 그쳤지만요. 르노의 기술자들은 이 차를 만들며 단순히 미니밴에 F1 엔진을 얹어 만들지 않았습니다. 마치 실제 판매되는 자동차처럼 구석구석 신경도 썼습니다.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탄소섬유로 차체를 만들고, F1에 쓰이는 휠과 타이어,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등을 달았습니다. 실내는 4개의 버킷 시트를 바탕으로 강성을 보강하기 위해 롤케이지로 꾸며졌습니다. 이 차는 단순 쇼카 이상으로 가치가 있었습니다. 진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괴력의 소형차가 나타나다, '르노 5 터보(Renault 5 turbo)'
1980년에 등장한 [르노 5 터보]는 소형 해치백입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경차 크기에 무게가 1톤이 채 안 됐습니다. 하지만 이 차는 엔진을 뒷좌석 위치에 얹고 뒷바퀴로 굴렸습니다. 평범했던 해치백이 정통 스포츠카의 구조로 변신해버린 것이죠(미드십 엔진, 뒷바퀴굴림).
<르노 5 터보,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링크)>
사실 스포츠카는 차체 가운데(미드십)에 엔진을 얹고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구조입니다. 엔진이 가운데에 있어야 차가 회전할 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즉 차의 앞, 뒤에 엔진 무게가 실려 불필요한 움직임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 앞바퀴는 선회를 담당하고 뒷바퀴가 엔진 출력을 노면으로 전달하기에 모든 타이어의 내구성도 부쩍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과거 페라리나 맥라렌과 같이 정통 스포츠카 회사만 추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르노는 해치백인 5 터보 모델을 통해 이런 고정관념을 깨버렸습니다.
*미드십 엔진[midship engine] : 엔진 위치를 뒤차축보다 앞에 배치한 것으로 뒷바퀴굴림방식에 많이 쓰인다. 엔진 트랜스미션, 승객실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앞뒤 차축 중앙에 배치, 차량의 운동성능을 향상시킨 것이 장점이다. 무게중심을 한가운데로 배치했기 때문에 고속에서의 빠른 코너링, 급발진, 급가속, 가벼운 핸들링 등이 가능하다.
<르노 5 터보는 랠리카,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링크)>
[르노 5 터보]의 성능은 지금의 기준으로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1.4L 터보 엔진은 158마력을 발휘했고, 가벼운 차체와 안정적인 무게 배분 조합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6.9초를 기록했습니다. 이 재미있는 해치백은 4년간 총 3,576대가 생산됐습니다.
사실 백지상태에서 미드십 엔진 구조의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를 만들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막대한 개발비도 문제고, 또 신모델을 위해서 각종 부품도 개별적으로 만들어야 하죠. 하지만 [르노 5 터보] 같은 개념의 자동차를 만들면 훨씬 쉽습니다. 물론 그만큼 분명한 도전 의식과 목표를 향한 집념이 뚜렷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르노 5 터보의 현신, '클리오 V6 르노 스포트 (Renault Clio V6 Renault Sport)'
<클리오 V6 르노 스포트>
2001년에는 [르노 5 터보]의 명맥이 부활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2001년 등장한 [클리오 V6 르노 스포트]입니다. 이 차는 [르노 5]와 컨셉트가 같았습니다. 기본 모델이었던 ‘앞 엔진, 앞바퀴굴림’ 소형 해치백을 ‘미드십 엔진,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로 변신시킨 것이었죠.
<클리오 V6 르노 스포트>
하지만 새로운 엔진은 이전보다 더 강력한 출력을 발휘했습니다. 3.0L V6를 얹어 230마력을 발휘했거든요(6단 수동변속기 기본). 2003년 데뷔한 후기형은 당시 경쟁한 핫해치 중 가장 강력한 출력(255마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클리오 V6]는 0→시속 97km 도달에 5.9초, 최고 시속 246km로 달릴 수 있었습니다.
출력이 이전보다 높아진 만큼 섀시의 설계도 일반 클리오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차 뒷부분을 구조적으로 보강하는 작업이 이뤄지면서 무게가 약 300kg 무거워지기도 했지요. 사실 1980년대 등장한 [르노 5 터보]는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인증용으로 개발한 특별한 자동차였습니다(호몰로게이션). 하지만 2000년대의 [클리오 V6 르노 스포트]는 순수한 양산차였습니다. 르노의 도전 정신이 그만큼 순수하게 녹아 들어간 차였다는 뜻입니다.
*호몰로게이션(homologation) : 양산(量産) 차량이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필요한 공인(公認)을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11. 클리오 V6 르노 스포트>
<클리오 V6 르노 스포트 엔진>
전기차의 벽을 허물다, '르노 트위지 스포트 F1 (Renault Twizy F1)'
르노는 새로운 형태의 운송 수단에도 적극적입니다. 2인승 전기차인 [트위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물론 이것도 그냥 2인승 전기차에서 끝나면 르노가 아닙니다. 르노의 기술자들은 트위지에 F1 경주차에 달리는 '에너지 회생 제동(KERS, 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을 장착한 스페셜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이름하여 [트위지 F1]입니다. 이 차의 핵심 기술인 'KERS'는 제동 시에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저장된 에너지를 급가속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평소에 트위지 F1은 일반형과 같은 17마력을 발휘하지만, 'KERS'가 작동하면 최대 100마력으로 출력이 급상승합니다. 약 13초간 KERS 작동이 가능하며, 이때 0→시속 100km 가속은 단 6초 만에 도달합니다.
<르노 트위지 F1>
트위지 F1은 디자인적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을 만합니다. 그야말로 F1 경주차를 도심형 스타일로 재해석한 모습이지요. 보디색은 르노 스포트 고유의 노란색입니다. 2인승이던 내부 구조도 1인승으로 바뀌었습니다. 낮게 깔린 프런트 스포일러와 리어윙은 왠지 기분부터 엄청난 다운포스(고속 주행시 공기로 차체를 누르는 힘)를 만들어 낼 것 같습니다. 이 차에 달린 모든 공기역학 기구들은 실제 F1에서 사용되는 공식에 따라 디자인된 것입니다. 리어 범퍼 하단에 달린 디퓨저(공기 와류를 줄여주는 장치)와 빨간색 LED 안개등도 F1 경주차의 스타일에 따른 흔적이지요. 스티어링 휠은 포뮬러 르노 3.5에서 그대로 가져왔다고 합니다. 타이어와 브레이크도 F1 경주차를 충분히 연상할 수 있습니다.
*트위지 자세히 알아보기 : [르노 디자인] #7 전기차에 특화된 디자인
<르노 트위지 F1>
<트위지 F1은 지난 2013년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실제로 코스를 공략하며 달리기도 했습니다.>
르노가 만든 이런 독특한 차는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대단히 창의적이었고 동시에 혁신적이었기 때문이지요. 누군가 한 번쯤 꿈꿔봤을 자동차, 혹은 실제로 만들어 봤으면 좋을 법한 상상의 자동차를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계산기보다 도전 의식이 먼저인 르노였기에 가능했지요. 게다가 모든 차는 실제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지녔기에 단순히 쇼카 이상의 가치도 가졌습니다.
이런 독특한 차들의 등장은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남겼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르노의 비전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죠. 르노가 앞으로 어떤 파격으로 무장된 모델을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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